박정혁의 “살아 있는 촉수(觸手)” - Park Jung Hyuk

Criticisms

박정혁의 “살아 있는 촉수(觸手)”

2009

박천남 | 성곡미술관 학예연구실장


〈festival〉, 2003, 단채널 영상, 4분 8초

살아 있는 촉수, 이것은 박정혁이 지난 첫 개인전 당시 보여 주었던 ‘트레이닝’, ‘페스티발’ 등의 영상 작업을 시작으로 최근 ‘엣지 시리즈’까지를 관통하는 화제(畵題)이자, 의제(議題)다. “생각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말처럼 평소 적극적인 삶의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젊은 작가 박정혁의 의식촉수는 세상을 향해 빳빳하게 발기해 있다.
 
박정혁은 먹고 살기 위해 일하고, 살아남기 위해 남과 경쟁하고, 출세하기 위해 공부하는 이율배반적인, 자율보다는 타율에 의해 길들여지는 오늘날의 인간현실을 중의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젊은 예술가로서 당의정(糖衣錠)과도 같은 사회 현실에 매몰되지 않고 비판적인, 깨어 있는 거리를 유지하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지적하고 드러낸다.
 
반가운 일이다. 박정혁에 있어 작가의 길이란, 또는 작업이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모순을 시각적으로 진단하고 처방하는, 지성적 노력이자 반성적 태도다. 그러한 태도는 세상으로만 향해 있기보다는 작가 스스로의 내부를 향해서도 열려 있는, 적극적인 예술적 지향으로 작용한다.
 
일종의 영상/회화적 실험 보고서라 할 수 있는 박정혁의 작업은 세상에 대한 지적을 담고,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경험하는 희로애락과 삶의 모순들을 역설적으로, 효과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고독한 모습으로, 때론 현장실험 속 피실험자 내지는 집단 초상의 모습으로 담아낸다. 회화와 영상, 사진작업을 넘나들며 다양한 어법과 화법, 작법으로 모순으로 가득찬 세상 속 대립된 가치들의 주장과 다툼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최근 회화 작업 속에 등장하는 집단 초상의 경우는 각기 다른 시간의 회화적 교합이며, 이를 통해 세상이라고 하는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은 곳에 교묘하게 은폐/엄폐된 규칙을 흔들고 교란시킨다.
 
가정이나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상을 살아나오면서 직접 목도한 사회 현실 속 모순을 반성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박정혁의 작업은 개인적 경험과 눈에 보이는 객관적 현실을 시각적으로 제시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젊은 작가로서의 개성적인 시각을 통해 다중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밖으로부터 새롭게 뒤집어 보고자 한다.
 
카메라를 사용하지만, 카메라의 눈이 아닌, 사람의 눈으로 본, 즉 직접 목도한 세상을 조형적 세계로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인간의 마지막 소망이 ‘자생적 욕구’인 것처럼, 박정혁은 자신의 작업을 통해 삶의 주체로서의 ‘나의 의지’가 소중함을 강조하고 있다. 강요된 것, 타율에 의해 살아가는 마치 연극과도 같은 삶을 특유의 연출(mise-en-scène) 화법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소리와 함께 등장한다. 그것이 물리적으로 들리건 들리지 않건 간에 그것은 아마도 우리의 잠재된 힘을 깨우는 심장박동일 것이다.
 

*2009 고양문화재단 신진작가 공모 “새로움 그 이상의 발견”전 도록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