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iticisms
April, 2025
이문정 | 미술평론가, 연구소 리포에틱 대표

박정혁은 인간이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어떻게 감각하고 받아들이는지 — 지배받는지 — 그리고 어떻게 재생산하는지에 집중해 왔다. 작가 스스로 자기 작업이 “당연시되는 논리, 고정관념, 구조적 문제와 모순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밝히고 있는 만큼, 인간이 생의 과정에서 정체성을 형성하고 외부 세계와 상호작용하는 과정과 결과는 그에게 중요한 주제이다. 물론 이것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기본적이면서도 필연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든 시각적인 결과물을 내놓는 예술가이기에 작가는 보고-보이는 것들에 민감하게 그리고 신중하게 반응한다. 끝없이 쏟아지고, 변형되고 왜곡되며, 전체 혹은 일부가 지워지거나 편집되는 이미지들에 천착한다. 여기에는 실재하는 세계 속 대상과 그것을 토대로 재현되는 환영뿐 아니라 처음부터 이미지로 태어나 오직 이미지로만 존재하는 것들 그리고 작가의 머릿속에서 끝없이 생성되는, 아직 이미지로 구현되지 않은 무언가까지 포함된다.
박정혁의 개인전《불온한 가능성》은 이러한 주제를 심화한 ‘Park’s Land’(2021-) 시리즈와 ‘근기억 드로잉’(2017-) 시리즈로 구성되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전작인 ‘Park’s Park’(2005-2014) 시리즈가 대중문화의 다양한 영역에서 생산되고 유포되는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재조합해 낯선 서사와 의미 생성을 시도한 데에서 확장되었다. 또한 모든 가능성의 영역이지만 엄격한 공간이기도 한 캔버스 위의 환영 또는 물감이라는 회화적 견고함을 벗어나기 위해 재료 및 표현법을 변주한 ‘Park’s Memory’(2017-2021) 시리즈와도 맥이 닿아 있다. 특히 ‘Park’s Land’에서는 ‘변신’에 집중했다. 관련해 가장 먼저 오비디우스(Publius Ovidius Naso)의 『변신 이야기(Metamorphoses)』(AD 8)를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작가는 여기에서 영감을 얻었고, 일부 작품에는 그리스 신화 속 변신 이야기가 그려진 고전 회화의 이미지들이 인용되었다. 그러나 변신은 고대 신화뿐 아니라 실존주의 문학, SF(Science Fiction), 대중문화 등에서 끝없이 등장하는 키워드이다. 가장 큰 이유는 변신이 인간의 욕망과 긴밀한 것이기 때문이다. 역사 속에서 이미지가 인간 개인과 사회의 욕망을 반영하며 만들어 왔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변신은 그저 허황하게 느껴지는 초자연적인 상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이상의 투사이자 삶의 원동력이고 현실적 제약과 한계, 무력감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상상을 통한 가능성의 추구이기도 하다. 또한 변신을 생각하면 변신 전의 근원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존재의 본질에 대한 숙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박정혁의 작품에 등장하는 존재들이 뒤엉킨 모습은 변신의 과정을 그려낸 것인 동시에 끝없이 변하고 생성되기를 반복하는 욕망을 포함한다.

한편 박정혁에게 변신은 이야기의 전개, 회화적 이미지, 재료 모두를 아우르는 개념이다. 작가는 주제, 형상, 표현 방법 모두에서 회화적 변신을 꾀한다. ‘Park’s Land’와 ‘근기억 드로잉’에서 서로 뒤엉키며 구축되고 무너져 내리기를 반복하는, 과잉적으로까지 느껴지는 이미지들은 작가의 인간적이고 예술적인 욕망의 서사를 종합한다. 이미지에 뒤덮이고, 지배받고, 그만큼 갈구하는 시대이기에 작가는 운명적으로 이미지를 탐닉했다. 복잡다단한 작가의 내면과 외면을 담기 위해 그리기의 도구로 붓과 나이프를 비롯한 다양한 도구들, 심지어 손까지 포함되었다.
작품의 완성에 다가갈수록 인용한 이미지들은 예상하지 못한 형상으로 변신하고 작가의 머릿속에서 생산되는 이미지의 비중이 커졌다. 결과적으로 불규칙한 모자이크, 조각 수를 셀 수 없는 퍼즐 같은 회화는 원본의 힌트를 지우면서도 남겨두어 형태와 의미의 열림과 닫힘, 재현에서 표현, 평면 위의 색면과 추상까지 아우르는 모두를 소유한 - 소유하고자 하는 - 이미지의 종합이 되었다. 어쩌면 가장 큰 변신을 이루는 것은 예술 작품일지도 모르겠다. 무형의 생각이 물질로 구현되고, 물감은 특정한 형상이 되어 붙잡을 수 없던 작가의 사유를 담는다. 이 모두에 감상자의 보기와 생각하기가 더해져 또 다른 의미의 생성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작가는 다시금 이미지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