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캔버스에 유화 116.8 x 91 cm
작가 소장, 2025
2024-2025《신화:시작하는 이야기》, 뮤지엄 원, 부산
작업은 술에
취한 샐러리맨의 이미지에서 출발했다. 샐러리맨은 가장 일반적인 ‘노동하는
인간’의 전형이며, 이들은 현대 사회 속에서 끊임없이 더
많은 능력을 요구받는 존재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은 문어의 여러 팔과 다리처럼 몸을 확장시키며, 하나의 몸이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강박과 결핍을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하지만 술에
취한 순간은 통제와 규범이 느슨해지는 상태이며, 그 틈에서 인간은 억누르고 있던 욕망을 드러내거나 낯선
존재로 변형될 가능성을 갖게 된다. 화면 속에서 신체가 갈라지고 겹쳐지는 형태는, 능력을 향한 욕망이 인간의 몸 자체를 변형시키는 과정을 보여준다.
갈라지는 바다의
틈과 반복되는 원형, 그리고 일렁이는 불길은 변신이 한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신체, 욕망이 동시에 변화하는 복합적인 순간임을 상징한다. 불은 파괴가
아니라 변신을 일으키는 열이며, 바다는 몸과 환경의 경계가 흐려지는 장소가 된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노동하는 인간이 가진 능력에 대한 욕망, 그리고 그 욕망이 몸과 정체성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를
시각화하고자 했다. 결국 이 작품 속 ‘취한 샐러리맨’은 술에 취한 개별적인 인물이 아니라, 변화와 변신을 요구받는 현대인의
몸이자 욕망의 상태를 보여주는 상징적 존재다.
작가의 세 번째 회화 연작 ‘Park’s Land’는 “변신”을 둘러싼 다양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이 연작들을 준비하던 시기, 작가는 어떤 “가능성”을 회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확장된 상태를 다루기 위한 주제로 변신을 선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변신은 단순히 한 존재가 A에서 B로 바뀌는 형식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될 수 있음”이라는 가능성,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역할, 존재가 지닌 잠재적 상태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된다. 신화나 영화 속 서사뿐 아니라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의 변화 가능성이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형상들은 구조적으로 해체되거나, 번지고 일그러진 듯한 붓질 속에서 경계가 흐려진다. 이는 단순한 형상의 변형이 아니라, 존재가 지닌 여러 층위의 상태가 동시에 드러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Park’s Land’는 형태가 변화하는 순간보다, 변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과 감각을 회화적으로 사유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이미지의 중첩과 붓질의 흐름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의 세계를 드러내며, 작가가 탐구하는 회화적 상상력을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