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HD영상 3분 54초
서울시립미술관, 2009
2009《박정혁·이용백·조훈 3인전 - IMAGENATION》, Salon de H 개관전, 서울
[서울시립미술관 소장작]
"관찰자에서 당사자로: 당신은 이 보이지 않는 폭력의 방관자인가, 주체인가."
본 작품은 2009년 Salon de H《이미지네이션》전시에 처음 공개되었으며, 영국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에서 론칭한 한국 현대미술서《Korean Eye: Fantastic Ordinary》에 수록됨은 물론, 프랑스 뱅뉴메리크(Bains Numériques) 국제디지털예술축제에서도 소개된 작가 박정혁의 대표 미디어 작업입니다.
■ 시점의 전복: 관객을 무대 위로 소환하다
영상은 샐러리맨 복장을 한 인물의 저항적 몸짓을 3인칭 시점으로 쫓아갑니다. 여기서 샐러리맨은 훈육과 사회구조 속에서 표준화된 현대인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영상 중반, 카메라는 갑자기 1인칭 시점으로 전환됩니다. 관찰자에 머물던 관객은 순식간에 등장인물과 대결 구도에 놓이게 되며, 보이지 않는 폭력에 개입하게 되는 주체적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 기술적 장치: 교차편집과 시간분절
이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상 편집의 두 가지 핵심 키워드에 주목해야 합니다.
교차편집과 시간분절: 작가는 머릿속 잔상을 이야기로 풀어내기 위해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감추고 노출하기를 반복합니다.
위장과 연기: 화면 속 인물의 복싱 동작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혼란을 주는 과정을 통해, 관객은 작가가 설계한 기술적 위장 속에 빠져들며 매체의 본질을 의심하게 됩니다.
■ 주체성으로의 이행
객체로서 영상을 소비하던 태도를 버리고, 스스로 폭력의 현장에 개입된 주체임을 깨닫는 순간—그 찰나의 인식 변화가 바로 박정혁 작가가 이 극장 연작을 통해 던지는 핵심적인 질문입니다.

〈Edge series-배우 박광일〉이 작품은 영상작품〈극장연작-3분54초〉촬영의 시작과 끝에 감독인 나의 소품(약통,우산)을 제시하고 느껴지는 감정을 연기하라는 요구를 하였고 배우인 박광일이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을 연기하는 장면을 촬영한 사진작업입니다.
첫번째 사진속 배우는 약통을 전해 받자 마자 아프고 고통스런 표정을 연기합니다. 누가 시킨 결과가 아니고 약통이라는 것이 고통을 줄여주는 수단이라는 사회적인 정의와 배우로서 그런 사회적 통념을 연기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물입니다. 교육받은 대로 행동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행동패턴의 예가 연극적인 사진작업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사진작업은 10시간이 넘는 촬영을 마친 배우가 받아든 두 번째 오브제인 우산에 대한 감정과 어떠한 통념도 느끼지못하고 혼절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졌고 그상황을 그대로 사진 작업으로 옮겼습니다 이는 영상작업〈Training〉속 훈련받던 개들이 갑자기 벌어진 외부상황에 노출되었을 때 내면화된 훈육이 깨어진 것처럼 어떤 학습된 상황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는 달라질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 '과정'이 곧 '작품'이 되는 전략은 이번에도 유효합니다 순수 미술이 자본의 영향 아래 놓여 있는 현실을 드러내기 위해, 회화 작품 한 점을 만들기 위한 모든 중간 단계를 독립된 작품으로 발표한것처럼 (사진 콜라주 → 드로잉 → 회화) 영상작품〈극장연작-3분54초〉의 시작과 끝을 기록한 사진작품〈Edge series-배우 박광일〉등 이러한 방법론은 이번에도 유효합니다.

[작품 소개]
영상 설치 작업〈극장연작-3분54초〉의 제작 과정(Process) 중 시작과 끝의 경계면(Edge)을 포착한 사진 연작입니다. 영상 촬영 전후, 감독인 작가가 배우에게 특정한 소품을 제시하고 그에 따른 감정을 즉흥적으로 연기할 것을 요구하며 벌어진 두 가지 상반된 심리적 풍경을 기록했습니다.
[작가의 의도: 훈육된 반응 vs 본능적 해체]
내면화된 훈육 (약통): 첫 번째 사진에서 배우 박광일은 약통을 건네받자마자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습니다. 이는 작가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음에도, '약통=고통'이라는 사회적 정의와 배우로서 그 통념을 재현해야 한다는 강박이 무의식적으로 발현된 결과입니다. 교육받은 대로 반응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행동 패턴이 연극적 프레임 안에 담겨 있습니다.
통제 불능의 진실 (우산): 반면 두 번째 사진은 10시간의 강도 높은 촬영 끝에 기록되었습니다. 극한의 피로로 인해 배우는 우산이라는 오브제에 대한 어떤 사회적 통념도 연기해내지 못한 채 혼절에 가까운 상태로 쓰러집니다. 이는 영상 작업〈Training〉속 훈련받던 개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훈육의 고리를 끊어버리듯, 학습된 시스템이 무너지는 틈새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비평적 시선: 과정이 곧 작품이 되는 전략]
박정혁의 작업에서 '과정'은 결과물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된 주권 (Sovereignty)을 가집니다. 회화 한 점을 위해 거쳐가는 사진 콜라주와 드로잉이 각각의 작품으로 발표되듯, 영상의 '경계(Edge)'를 기록한 이 사진 작업 또한 제작의 부산물이 아닌, 영상이 담아내지 못한 실존의 파편들을 드러내는 핵심적인 방법론입니다.
Artist's Note
"우리는 사회가 이식한 코드에 따라 자동반사적으로 연기하며 살아간다. 약통 앞에서 고통을 연기하는 배우의 모습은 곧 우리의 모습이다. 하지만 통제가 닿지 않는 극한의 순간, 우리는 비로소 훈육된 자아를 내려놓고 날 것의 진실과 마주한다.〈극장연작-3분54초〉의 시작과 끝에 놓인 이 사진들은, 연극적 환상 너머에 존재하는 인간의 실존적 경계(Edge)에 대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