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한 개의 거울과 한 개의 프로젝터 가변설치
작가 소장, 2026
2000 《공장미술제 - 눈 먼 사랑》, 샘표간장 본사, 서울
2000 《대전 국제 미디어 아트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13살의 어느 밤, 옥탑방 창틈으로 스며든 달빛 아래서 나는
생경한 공포와 마주했다. 나를 짓누르던 그 압도적인 존재는 다름 아닌 나의 '발가락 그림자'였다."
이 일화는
당시 작업의 근간을 이루는 '이중적 아우라'를 대변한다. 하나의 사물에는 그 실체와 반드시 대척점에 서 있는 반대급부의 에너지가 공존한다.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기괴해지듯, 대상의 정반대 개념이 통합될
때 비로소 존재의 본질은 완성된다.
‘상( )-Image( )’ 연작은 거울을 통해 사방으로 해체되고 왜곡된
상(Image)을 공간에 투사한다. 화면 속 비정상적으로
늘어진 머리의 움직임은 관객의 심연에 잠재된 원형적 두려움을 자극한다. 익숙한 '나'의 형상이 '낯선
괴물'로 변모하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감춰진 내면의 진실과
대면하게 된다.
〈상( )-Image( )5〉, 2000, 한 개의 거울과 한 개의 프로젝터를
활용한 가변설치
- 수직으로 쏟아지는 심연의 초상 |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무의식으로 쏟아지는 이미지의 폭포."
2000년, 샘표간장 본사의 거친 산업 현장에서 열린《공장미술제 - 눈 먼 사랑》전과 대전시립미술관《대전 국제 미디어 아트전》에서 강렬한 시각적 충격을 안겼던 박정혁 작가의〈상( )-Image( )5〉입니다.
이 작업은
단 하나의 거울과 한 대의 프로젝터라는 미니멀한 구성으로 공간 전체를 압도합니다. 물에 젖은 긴 머리카락을
격격하게 흔드는 인물의 행위는 거울의 반사를 거치는 순간, 형체를 가늠할 수 없는 비대하고 기괴한 왜곡으로
재탄생합니다.
특히 설치
현장의 압도적인 층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위에서 아래로 길게 늘어지는 영상의 잔상은, 관객으로 하여금
거대한 존재 앞에 서 있는 듯한 경외감과 근원적인 두려움을 동시에 경험하게 합니다. 26년 전 물리적 거리와 거울의 각도가 만들어낸 우연이 만들어낸 거친
아날로그적 실험은 오늘날의 정제된 기술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원초적인 전율을 선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