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캔버스에 유화 지름 60 cm
작가 소장, 2026
2024-2025《신화:시작하는 이야기》, 뮤지엄 원, 부산
2024《버블 플러스》, 아트비엔, 서울
세이렌 신화에서 나는 목소리와 유혹이라는 전통적 이미지를 그대로 따르기보다, 침묵하고 해체되는 신체의 모습으로 다시 바라보고자 했다. 몸에 돋아난 깃털과 가면은 인간과 타 존재 사이의 경계를 흔들지만, 동시에 가면 위에 붙은 테이프는 말할 수 없음과 자아의 억압을 더욱 강화한다.
녹아내리는 얼굴과 가시 돋힌 몸은 정체성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상처와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준다. 이 신화 속 존재는 더 이상 유혹하는 힘을 가진 주체가 아니라, 변형과 소멸 사이에서 흔들리는 불완전한 몸으로 나타난다.
맞잡은 손은 이러한 해체의 상황 속에서도 타자와의 연결을 시도하는 마지막 제스처처럼 보인다. 나는 이 작품을 통해 신화적 존재가 갖는 완결된 정체가 아니라, 변화하는 몸과 침묵 속에서 지속되는 ‘되어감’의 상태를 드러내고자 했다.
작가의 세 번째 회화 연작 ‘Park’s Land’는 “변신”을 둘러싼 다양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이 연작들을 준비하던 시기, 작가는 어떤 “가능성”을 회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확장된 상태를 다루기 위한 주제로 변신을 선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변신은 단순히 한 존재가 A에서 B로 바뀌는 형식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될 수 있음”이라는 가능성,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역할, 존재가 지닌 잠재적 상태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된다. 신화나 영화 속 서사뿐 아니라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의 변화 가능성이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형상들은 구조적으로 해체되거나, 번지고 일그러진 듯한 붓질 속에서 경계가 흐려진다. 이는 단순한 형상의 변형이 아니라, 존재가 지닌 여러 층위의 상태가 동시에 드러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Park’s Land’는 형태가 변화하는 순간보다, 변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과 감각을 회화적으로 사유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이미지의 중첩과 붓질의 흐름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의 세계를 드러내며, 작가가 탐구하는 회화적 상상력을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