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캔버스에 유화 60.6 x 50 cm
작가 소장, 2026
2025-2026《수!수!수수!수퍼노말!!》, 스페이스수퍼노말, 서울
2025《불온한 가능성》, 열정 갤러리, 서울
2024《에로·그로·넌센스가 비선형으로 결합할 때-에피소드1》, 뮤지엄 원, 부산
2023《에로·그로·넌센스가 비선형으로 결합할 때》, 아팅 갤러리, 서울
이 작품은 소설 “존재하지 않는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속이 빈 갑옷으로만 이루어진 기사의 존재 방식은, 욕망과 정체성이 결핍될 때 인간이 무엇으로 남게 되는지에 대한 질문을 품고 있다. 만약 그의 정체성을 형성하던 투구가 녹아내린다면, 그 존재는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가. 나는 정체성을 지탱해온 외피가 무너졌을 때 남게 되는 흔적과 또 다른 가능성을 찾기 위해 이 이미지를 회화적으로 변형해 보고자 했다.
반면 나이테로 이루어진 인물은 녹아버린 갑옷의 자리에 남게 될 수 있는 또 다른 존재의 형태를 상상한 것이다. 나무의 나이테가 시간을 기록하듯이, 정체성은 외피가 사라진 자리에서도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이 이 인물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이들 역시 욕망이 제거된다면 결국 속이 빈 껍데기로만 남게 될 것이다. 파란 피라는 설정은 이들이 인간도 비인간도 아닌 경계적 존재임을 드러내며, 실재와 비실재 사이에서 정체성이 얼마나 유동적인지를 시사한다.
머리 위의 가시는 욕망이 불완전한 자아 상태를 만들 때 발생하는 위험과 긴장을 상징한다. 정체성을 구성하는 외피가 녹아내리고, 욕망의 유무에 따라 존재의 내부가 채워지거나 비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은, 자아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변형되는 구조임을 보여준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정체성과 욕망, 그리고 존재의 조건이 서로 의존적이면서도 불안정한 관계 안에 놓여 있음을 드러내고자 했다.
작가의 세 번째 회화 연작 ‘Park’s Land’는 “변신”을 둘러싼 다양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이 연작들을 준비하던 시기, 작가는 어떤 “가능성”을 회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확장된 상태를 다루기 위한 주제로 변신을 선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변신은 단순히 한 존재가 A에서 B로 바뀌는 형식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될 수 있음”이라는 가능성,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역할, 존재가 지닌 잠재적 상태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된다. 신화나 영화 속 서사뿐 아니라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의 변화 가능성이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형상들은 구조적으로 해체되거나, 번지고 일그러진 듯한 붓질 속에서 경계가 흐려진다. 이는 단순한 형상의 변형이 아니라, 존재가 지닌 여러 층위의 상태가 동시에 드러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Park’s Land’는 형태가 변화하는 순간보다, 변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과 감각을 회화적으로 사유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이미지의 중첩과 붓질의 흐름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의 세계를 드러내며, 작가가 탐구하는 회화적 상상력을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