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회 개인전 인사미술공간, 서울
작가 소장, 2026
2004《도립 - Resupination》, 문예진흥원 인사미술공간, 서울
글: 류한승 (미술비평)
"세상을 그대로 통과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의 시각으로 뒤집어 보겠다."
카메라 렌즈는 물체의 상을 뒤집어 놓는 고약한 습성이 있습니다. 식물학 용어로 기관이 원래 위치와 반대로 된 상태를 뜻하는 ‘도립(倒立, Resupination)’. 작가 박정혁은 이 현상에 주목하여, 눈에 보이는 현실을 수동적으로 수용하는 대신 자신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전도시키고자 하는 당찬 포부를 드러냅니다.
■ 주요 작업 및 철학적 키워드
1. 1회 개인전《부정교합(Malocclusion)》의 전략
치열의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는 관행적인 가치판단, 그리고 이를 '교정'하려는 사회의 훈육적 태도에 경종을 울립니다. 우리는 무엇에 의해 길들여지고 있는가? 작가는 개인에 대한 통제 방식이 정교해지는 이 시대에 수동적 답습을 거부합니다.
2. 가족: 사회적 코드의 이식처
가족은 보금자리인 동시에 사회의 질서와 욕망이 가장 교묘하게 이식되는 곳입니다. 작가는 가족이라는 사적인 공간을 사회적 담론으로 확장하여, 우리 안에 내면화된 일방향적인 표준(코드화)을 검토합니다.
〈3분 33초〉(Single Channel Video): 각기 다른 모양의 퍼즐 조각을 맞추는 행위. 남이 정해 놓은 법칙 안에서 길을 되짚어 가는 퍼즐 게임의 시간성을 비틀어, 내재된 규칙을 흔들고 교란시킵니다.
〈166cm〉(Installation): 병상의 할머니가 내는 숨소리의 강약에 따라 모니터가 작가의 눈높이인 166cm까지 상승합니다. 생명의 순환이라는 거대한 고리 속에서 운명적 코드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인간의 마지막 소망과 자생적 욕구를 마주하게 합니다.
〈15초〉(Sound & Object): 상승하려는 하얀 풍선은 제도와 관습을 횡단하고자 하는 근원적 의지를 대변합니다. 15초의 짧은 주기마다 천장에 부딪혀 내려와야 하지만, 그 상승은 결코 멈추지 않습니다.
■ 예술적 지향점
전시장에 울려 퍼지는 풍선의 두드림은 잠재된 힘을 깨우는 심장 박동과 같습니다. 코드화로부터의 자유로움, 그것은 살아 숨 쉬는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능력이며 박정혁 작업이 향하는 궁극적인 지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