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 단채널 영상 3분 37초
작가 소장, 2026
[작품 소개]
2001년 발표된〈Reverse〉는 설치 작업인 ‘Love me tender’ 시리즈와 궤를 같이하는 영상 작품입니다. 손에 가득 적힌 숫자들이 물에 씻겨 내려가고, 다시 맑은 물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통해 존재의 소멸과 생성이 반복되는 ‘영원한 순환’을 응시합니다.
[작동 원리 및 의도: 시간의 기록과 정화의 메커니즘]
숫자의 의미: 화면 속 인물의 손에 빼곡히 적힌 숫자는 ‘Love me tender’ 1~4 시리즈를 제작하기 위해 작가가 군 시절부터 약 4년여간 자신의 손톱과 발톱을 모았던 ‘인내의 날짜’들입니다. 사회에는 일방적인 기념일들이 존재하는 데 작가가 임의로 정한 기념일(손,발톱 깎는 날)을 추모하는 형식을 통해 사회관념에 길들여진 우리 자신을 은유적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역설적 정화: 검은 잉크로 오염되었던 물이 다시 투명해지는 ‘역재생(Reverse)’적 감각의 영상미는, 깎아내도 다시 자라나는 손발톱처럼 끊임없이 반복되는 생명의 순환과 시간의 가역성을 상징합니다.
상징의 해체: 고통스럽게 수집한 시간의 기록(숫자)을 씻어내는 행위는, 앞선 설치 작업에서 보여준 '하트(사랑)'라는 권위적 상징조차 결국 씻겨 나갈 허상일 수 있음을 시사하며 집착으로부터의 해방을 보여줍니다.

[비평적 시선: 디렉터의 관점]
박정혁의〈Reverse〉는 지극히 개인적인 신체의 부산물(손발톱)과 그 수집의 시간(날짜)을 공적인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뒤, 다시 이를 무(無)의 상태로 돌려놓는 대담한 퍼포먼스입니다. ‘Love me tender’ 시리즈가 손발톱으로 만든 하트를 받치고 있는 받침을 인공적인 소재로 만들어 '사랑의 허구적 권위'를 비판했다면, 이 영상은 그 모든 인위적 노력을 정화의 과정으로 치환하며 관람객에게 숭고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3분 37초라는 시간은 단순히 영상의 길이가 아니라, 작가가 견뎌온 수백 일의 시간입니다.
Artist's Note
"손바닥을 가득 채운 날짜들은 내가 버려진 것들을 모아 '사랑'이라 명명된 허상을 빚어내던 인내의 기록이다. 깎아내도 다시 차오르는 손톱처럼, 우리가 새긴 욕망과 고통의 흔적도 흐르는 시간 속에서 끊임없이 씻기고 다시 태어난다. 나는 이 맑아지는 물을 통해 존재의 순환을 보여 주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