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캔버스에 유화 162.2 x 130.3 cm
작가 소장, 2026
위태로운 적층(積層)과 변태하는 자아
배우란 무엇인가. 그것은 축적된 불안 위에서 기꺼이 자신을 지워내는 자들이다.
화면 속, 아슬아슬하게 쌓아 올려진 의자들의 탑은 배우가 평생을 거쳐 딛고 서야 했던 수많은 무대이자, 그들이 입고 벗어던진 배역들의 역사다.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이 위태로운 구조물 위에서, 인물은 마치 카멜레온처럼 주변의 색과 형태를 흡수하며 끝없이 형상을 바꾼다.
나의 세계인 'Park’s Land'에서 카멜레온적 변이는 단순한 생존을 위한 위장이 아니다. 그것은 고정된 자아를 부정하고, 타자의 피부를 뒤집어씀으로써 끊임없이 새로운 실체로 이동하려는 맹렬한 '되기(becoming)'의 과정이다.
붓을 배제한 채 도구로 긁어내고 밀어낸 화면의 낯선 틈새들은 이 변이의 순간에 발생하는 파열음이자, 불안정함 그 자체를 숙명으로 안고 살아가는 '배우'라는 존재의 온톨로지(Ontology, 존재론)다.
작가의 세 번째 회화 연작 ‘Park’s Land’는 “변신”을 둘러싼 다양한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이 연작들을 준비하던 시기, 작가는 어떤 “가능성”을 회화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고, 그 확장된 상태를 다루기 위한 주제로 변신을 선택했다. 여기서 말하는 변신은 단순히 한 존재가 A에서 B로 바뀌는 형식적 변화를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될 수 있음”이라는 가능성, 상황에 따라 변모하는 역할, 존재가 지닌 잠재적 상태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이해된다. 신화나 영화 속 서사뿐 아니라 작가가 바라보는 대상의 변화 가능성이 화면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과 형상들은 구조적으로 해체되거나, 번지고 일그러진 듯한 붓질 속에서 경계가 흐려진다. 이는 단순한 형상의 변형이 아니라, 존재가 지닌 여러 층위의 상태가 동시에 드러나는 방식이다.
결과적으로 ‘Park’s Land’는 형태가 변화하는 순간보다, 변화가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과 감각을 회화적으로 사유하는 작업이다. 다양한 이미지의 중첩과 붓질의 흐름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변할 수 있는 것”의 세계를 드러내며, 작가가 탐구하는 회화적 상상력을 확장한다.